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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ㅣ 2021 PLAP
최우수작 이수진 작가 인터뷰


ⓒ 이수진,《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2025 / 사진: 작가 제공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플랫폼엘의 인터뷰 시리즈〈L-INK〉

플랫폼엘과 오랫동안 함께해 온 작가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지속적인 연결을 희망하는 의미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L-INK〉입니다. 플랫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작가들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합니다. 이를 통해, 과거 플랫폼엘에서 전시와 공연,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작가들의 근황을 공유하며, 앞으로도 창작 교류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플랫폼엘과 함께 한 순간을 돌아보고,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또 다시 연결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예술과 공간, 사람을 잇는 대화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2021 PLAP》 최우수 선정작 〈Ourler〉 이수진 작가 인터뷰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2017년부터 다원예술 기획 공모 《플랫폼엘 라이브 아츠 프로그램 (Platform-L Live Arts Program, PLAP)》을 통해 탈장르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의 예술을 발굴하고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한 《PLAP》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들이 꾸준히 무대화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2021 PLAP》 최우수 선정작 〈Ourler〉를 선보인 이수진 작가입니다.  이수진 작가는 회화와 영화를 전공하였으며, 일상세계의 특정한 경계영역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징후와 중층적인 현상들을 관찰하고, 이를 변화와 생성이 충만한 신비로운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SF적 서사,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공간 설치 그리고 영상작업 등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수진 작가님의 다양한 창작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2021 PLAP 최우수 선정작 〈Ourler〉

▪️기간: 2021.9.18(토) – 9.19(일)

▪️장소: 플랫폼엘 라이브홀(B2)

 ▶ 플랫폼엘 아카이브〈Ourler〉보러가기


 2021 PLAP 최우수 선정작 후속작 〈돌과 유리 하이킹: 단단하거나 연약한 것을 경유하기〉

▪️기간: 2022.9.16(금) – 9.25(일)

▪️장소: 플랫폼엘 플랫폼 라이브(B2)

 ▶ 플랫폼엘 아카이브〈돌과 유리 하이킹: 단단하거나 연약한 것을 경유하기〉보러가기




Q1. 2021 PLAP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1년 <아울러 Ourler>를 기획할 당시 저는 2021년 5월,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에서 열린 단체전 《그라운드 X》를 통해 <불과 얼음의 노래 How to make a Song with Opposite Value?>라는 작업을 발표하였었습니다. 영문 제목으로 짐작하실 수 있듯,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의 새로운 조화로움을 상상하고자 한 작업으로서 “How to make a Song with Opposite Value?”로, 상반된 반대 가치를 융합하여 하나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질문으로 부제를 붙였었는데요. 이 작업의 시작은 미지의 장소에서 발견되는 얼음 빙하 속에 봉인된 시간들이 해수면에서 녹아 사라지는 과정에서 현실계의 시간과 만나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기이한 상황들의 미적 상상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것은 나는 이것이 하나의 불협화음이나 가위눌림, 그밖에 인간 세계에 존재하는 이질감의 섞임을 떠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며,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너머 미생물, 동물, 식물 등 비인간들의 경험의 폭으로서의 노래, 소리, 혹은 또 다른 조화로움을 연상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들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한 부분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환청과도 같은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불러들임, 작용, 소환과 같은 다른 신호들이 혼재된 기묘한 소리 세상을 상상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지구 반대편 바닷속 고래의 신호를 다른 반대편에 감지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신호의 교류와 교환을 짐작하게 하는 등의 동물적이고 초월의 감각을 이끌고 오는 것에 소리적 상상을 부여해 주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Ourler>(2021)는 <불과 얼음의 노래 How to make a Song with Opposite Value?>(2021)의 후속작이자 주된 주제를 계승하는 가장 견고하게 직결된 프로젝트로서, 제작하는 단계에서 당시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양선용 작곡가님과 함께 2021 PLAP 공모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Ourler>는 보잉과 타악적 행위, 그리고 현을 활용하는 기본적인 악기의 구성으로 조각과 오브제를 제작/구성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 이를테면 청각화된 조각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재료들의 물성, 형태, 질감, 그리고 그것들의 충돌과 마찰을 통해 상상계를 확장하려 했습니다.


 이수진&양선용 〈Ourler〉, 2021, performing arts (플랫폼엘)


이 작업들의 배경에는 극지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의 기억이 중요한 계기가 되는데, “기후 격변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해준다”는 랑시에르의 언급과 같이, 극지에서 불어보는 바람에 도시의 파이프, 건물 벽체, 모든 사물들이 바람에 춤을 추며 충돌하고, 또한 부서져 사라지는 장관을 매일 경험했던 2019년의 저의 소리적 상상은 도시와 공간을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해온 저에게 마치 온통 울림통이 되어버린 도시 속에 갇힌 기이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던 중요한 사건이었고, 이후 액체의 유동적인 움직임, 도시의 부유 부산물, 이끼, 식물, 기하학적이거나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조각과 오브제를 구상하게 하고, 음악적 협업을 통해 소리와 울림을 탐구한 퍼포먼스 작업으로 구현하게 하였습니다. 



 이수진&양선용 〈Ourler〉, 2021, performing arts (플랫폼엘)


 <아울러 Ourler>(2021)는 미지의 감각들이 모여 '우연과 예측 불가능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그 공간에 머무는 소리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잔향과 울림에 대한 기억과 감각을 상실한 현대 사회 속에서 또 다른 감각 세계와 사고 체계를 일깨워 주기 위한 취지로서 출발하였습니다. 당시 이러한 저의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고민들을 함께 나눠주신 작곡가님과 세분의 연주자분들, 그밖에 음향감독님과 조명감독님 등 기술적 구현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Q2. 이수진 선생님께서는 인류 삶의 방식의 반 대항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감성, 기운, 무의식, 은유법 등 우리 삶과 연결된 모든 기이한 세계에 대한 관심을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으로 탐구해오셨습니다.이런 맥락에서 ‘확장’이라는 단어가 선생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PLAP 최우수작 선정 작가님께는 단어 하나를 제시하고, 그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나 의미에 대해 여쭙고 있습니다.  5회로 진행된 2021 PLAP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이수진 작가님께는 다섯 개의 변이 모여 이루는 ‘오각형’이 상징하는 ‘확장’이라는 단어를 상징하는 숫자 '5'와 연결지어 질문을 드립니다.  

'확장’이라는 단어를 저에게 주셨는데, 신기하게도 최근 1달 전 마무리한 저의 개인전의 제목이 <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더 윌로, 서울, 2025)이었습니다. 확장적 사고와 감각체계는 제 작업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동시에, <아울러 Ourler>(2021)에서 발전된 이후의 작업적 상상들이 4년여 시간 동안 지속되며 최근 작업 또한 불확실한 감각들이 열어주는 다차원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진행이 되는데요, 

최근 발표한 <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은 그 확장성에서 비롯된 ‘착청’, ‘착시’와도 같은 신체적 교란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앞선 질문에서 설명드린 <아울러 Ourler>의 배경에는 지구 반대편 미지에 장소에서 경험한 강풍이 있었고, 그 강풍으로 세계 전체가 거대한 울림통이 된 것만 같은 상상과 함께 얼핏 코끼리 울음소리를 떠올렸던 저의 착청 경험으로부터 확장을 뜻하는 질문의 답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시해 주신 오각형의 둘레가 사방을 유기적으로 지탱하며 중심부를 당기고, 생각을 소환해오며 새로운 균형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새로운 확장을 만드는 것을 조형적인 형태로 그 구성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자연세계가 주는 불확실한 상상이 주변의 둘레를 만들고, 생각의 중심부로 이를 전환(trans-) 시키는 과정에서 신체적인 반응, 교란 등이 일어 날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은 뜨겁고 차가운 온도로도, 빠르고 느린 속도감으로도 흥미로운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생각이 듭니다. 


ⓒ 이수진,《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2025 / 사진: 작가 제공

그 감각의 확장 중심에는 작가의 영역에서 관찰하고 표현하는 상상계가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는 초월적인 존재들, 다른 세상의 신호체계들, 무언가 뒤섞이고 혼재된 요소들이 일렁이며 요동치는 신비한 자연의 세계와 그리고 돌과 안개, 물질과 영혼, 발산되는 숨결과도 같이 미세한 것들이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테면, 우리의 삶의 공간의 지하세계를 '야생 동물들과 미생물들의 도피처'로 설정하거나, '환청이 들려오는 통로', '세기말적인 징조 혹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종합적인 장소'로서의 대지의 깊은 심연의 공간에 대한 상상을 담기도 하는데요. 이것은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으나 우리의 의식으로 충분히 다다를 수 있는 미지의 영토, 마치 지하세계 아래 도사리고 있는 공포로 진입하는 거대한 심장박동, 현실의 구조에 흠이 되는 지속적인 환상으로 마치 장소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대지 아래 지하세계 가상공간에 대한 저의 작업적 서사를 포괄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과연, 여기서 ‘확장’이란 세계를 잇고 연결하고, 사방에서 지탱된 긴장감을 경유하여 또 다른 영역들을 경유하고 횡단하며, 동떨어진 장소의 이야기를 항해하듯 찾아 헤메게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이면에 또 다른 초현실, 다차원의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고민하게 하며, 일종의 Sci-fi 적 상상 바깥에 위치한, 이른바 소설과도 같은 세계를 구성하고 그 중심속으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3. 2020 PLAP 최우수작 〈Ourler〉와 후속작 〈돌과 유리 하이킹: 단단하거나 연약한 것을 경유하기〉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나요? 두 작품이 공유하는 주제나 구조적 실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돌과 유리 하이킹>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확장성에 대한 이야기와 계속해서 이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과 유리 하이킹 Change or Trans-hiking>(2022)은 <아울러 Ourler>(2021)에서 탐구한 주제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후속작으로서, 관객이 초현실주의적 상상력과 연결되고 참여하는 방식에 대한 저의 깊은 관심을 갖고 발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과 기계, 동식물, 언어가 없는 사물,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성을 관통하는 동시대 유동적 개념들을 관통하는 초월적 서식지를 구현하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이것은 미시적 사물들이 정치적 주체가 되는 비문법적인 우주론으로서, 이를 위해 도시 속 야생동물과 미생물의 은신처부터 환청으로 울려 퍼지는 통로, 다른 세계로 통하는 포털 공간인 대지의 깊은 심연까지 상상 속 공간에 물질적 형상을 부여하는 작업이 수반되었습니다. 


 이수진 〈돌과 유리 하이킹: 단단하거나 연약한 것을 경유하기〉, 2022, performing arts (플랫폼엘)


특히 <돌과 유리 하이킹 Change or Trans-hiking>은 물성을 통한 '초월에 가까운 시간적 감각', 공간적 감각의 응용, 무형의 신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대의 시간성, 그리고 다양한 감각의 접촉과 연결에 대해 연구하고 작업하였던 프로젝트였는데요. 자석이 끌어당기는 힘을 활용하거나 원시적 사물들의 구성 등에 보다 세밀한 신체적 감각과 조우할 수 있도록 하는 사물의 표현 과정에서, 전작 <아울러 Ourler>의 편성에서 사물과 맞닿는 신체적 감각의 표현이 중요해짐에 따라 안무가분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원시적이거나 미래적인 감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초현실적 세계와의 연결을 모색하는 혼성적 공존을 제안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Q4. 2021~2022 PLAP 이후 작업 활동이 궁금합니다. 특히, 그 이후의 대표작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23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의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basis로 레지던시를 다녀왔고, 2024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의 협력으로 진행된 북극해 탐사에 참여하여, 알래스카 북극해에서 과학자분들과 극지 현장에서 이루어진 기이한 자연현상들에 대한 관찰, 실험, 공동모의 등의 여정을 가졌습니다. 특히 북극해에서 진행된 연구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여러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과학적 방법론들이 던지는 퀘스천의 끝 지점에는 오히려 논리와 상식으로 쉽사리 풀 수 없는 심해 속 기이하고 신비한 미스테리함이 응답으로 걸려 들어오는 까닭에, 현대 과학의 명료하고 매우 분명한 체계를 알 수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했던 준비 과정과 달리, 계획 이상 더욱 무형적이고 감각적인 범주에서 상상이 증폭되고 그에 따른 리서치와 촬영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인데요. 북극에서의 여정은 그렇게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미궁이었기에 깊고 거대한 심해란 결코 예사롭지 않은 사변적 세계로서의 상상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눈으로 담아둔 모든 것은 다음 작업과 연결되는 여러 흥미로운 무형적이고 퍼포먼스적 상상의 레퍼런스들로서, 이를 기반으로 작업연구를 시작했습니다. 



ⓒ 이수진,《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2025 / 사진: 작가 제공


새로운 작업 연구과정은 보이지 유기체적 물질세계의 미스터리한 데이터들이 방대하게 저장된 일종의 소리 클라우드로 땅을 인식하는 것을 구상했던 202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작업 과정에서, 물리적인 화석의 생성되는 ‘온도’와 ‘압력’ 등 감각적이고 촉각적인 것’의 융합 원리와 2024년 북극해에서 만난 ‘대기 속에서 구름의 생성과 소멸 과정’과 흡사함으로부터 착안하여 횡단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대지를 경유하여 ‘구름’이라는 자연적 대상을 열기, 진동 등의 다양한 감각작용이 가능한 조각과 조형적 물질로서의 연구방향을 구체화, 확장시키는 연구의 방향을 잡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저의 구상은 2025년 초부터 국내에서 전시를 발표하는 집중된 시기를 맞이하여,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 및 협력으로 진행된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 초록전율》(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5)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퍼포먼스와 조각, 영상 설치 프로젝트로 구현되었고, 이후 후속작인 최근의 개인전 <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더 윌로, 서울, 2025)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신작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Q5. 얼마 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셨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최근 저의 개인전 <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더 윌로, 서울, 2025)은 앞서 언급해 드린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극지연구소 협력으로 참여한 저의 북극해 탐사과정의 경험을 통해 생겨난 여러 질문들을 중심으로, 현대 과학의 생명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적 관점에서 그동안 인류가 구축해온 연결, 접속, 커뮤니케이션 등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이야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중 허구와 결합된 현실 속에서 청각적 상상을 일으키는 조각들로 안무적 몸짓을 구성해 다중우주를 구축하고 있는 영상작업 <폴리포니 클럽: 바람에 피와 살을 입히기 Polyphony Club: Put Flesh and Blood on the Wind>(2025)는 자연 장소들에서 일어나는 유추적이면서 토템적이고 애니미즘적인 요소가 혼합된 퍼포먼스를 구상하여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사물들과 조각의 울림과 진동에 귀를 기울이게 하였고, 이 작업은 위기의 징후로부터 선 긋기를 시도하기 위해 낱낱이 흩뿌려지는 물질을 활용한 안무를 통해 잠재된 숲의 정령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 다른 세상의 신호체계들, 무언가 뒤섞이고 혼재된 요소들이 일렁이며 요동치는 신비한 자연의 세계와 그리고 돌과 안개, 물질과 영혼, 발산되는 숨결, 호흡, 공기, 구름 등 현상들에 속하는 총체적 존재들의 움직임을 작가의 영역에서 재구성하여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구름이라는 것을 일종의 가상현실로 설치 드로잉화하여, 이를 견인하고 움직이는 안무를 퍼포먼스로 선보였습니다. 이 작업은 현존하는 자연세계의 장소들과 영상에 등장하는 사물, 조각들이 끊임없이 분열되고 재구성되는 우주적 연속체 속에 현현(manifestation) 하고 있는 어떤 역동성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고, 2021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구현된 <아울러 Ourler>을 질문들을 평행선에서 계승해 이어갔습니다. 

전시작 중 <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2025)은 북극 항해과정을 통해 구상한 착청 주파수와 생명체들의 소리 구성을 통해 심해 속 존재하는 여러 생명 세계의 상상을 각기 다른 채널의 소리로서 표현하고자 했던 4채널 영상 설치작업으로서, 이 작업에 등장하는 미스터리란 깊은 심해를 일종의 가상 세계로 설정하여, 백야현상을 통해 경험한 빛과 왜곡된 색, 대상을 인지하게 하는 질감의 이야기, 구름과 땅의 관계, 그리고 각기 다른 소리들이 도사리고 있는 모호하고, 부정확한 청각의 환상과 착시와 환청, 그리고 혼돈이 짚어내는 알 수 없는 관계들을 소리 이야기로 담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 이수진,《폴리포니 클럽: 몬더그린 확장본 Polyphony Club: Mondegreen Expanded Edition》, 2025 / 사진: 작가 제공


북극해에서 진행된 대기 실험 과정은 매일 같은 시간에 기구를 하늘을 띄우고, 그러한 과학적 실험 과정으로부터 얻은 데이터값을 전송받아 국제기상기구로 전달됩니다, 이것은 이윽고 전 세계의 날씨 어플리케이션에 반영이 된다. 이러한 정보 순환과정은 나에게 매우 제의적이거나 퍼포먼스적인 상상으로 구름과 공기 중 세계에 다가갈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새롭게 고민한 ‘구름의 세계’란 관객이 마주할 일종의 보이지 않는 가상현실로서, 자연적 대상인 동시에 미디어적으로 클라우드라는 데이터 저장소 네트워크 시스템과 모든 정보가 떠도는 포털 공간으로서 오늘날의 구름의 의미를 짚고, 숭고와 신비의 대상으로서의 20세기 근현대미술사에 등장하는 풍경화 속 구름에 대한 질문들을 연결하여 이 구름들이 간직한 경계와 계급이 없는 아슬아슬한 물질세계를 이야기와 끊임없이 넘쳐 흘러가는 일련의 사변적이고 우연한 사건들처럼 여러 레이어를 혼재하게 하여 깊은 생명 세계의 이야기를 표현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담은 형형색색의 스틸 박스는 해양의 온도에 따라 다르게 포착되는 적외선 카메라의 원리를 차용한 유동적인 그리드가 계속 펼쳐질 연작 시리즈이며, 스틸박스의 컬러는 영상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컬러바가 되어 스크린 안의 세계와 바깥을 연동과 횡단을 거듭하는 구조를 만들어 그 가운데 관객들을 위치하게 하였습니다.




Q6. 2026년에 PLAP 프로그램이 10주년을 맞습니다. 다원예술 분야에 여러 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플랫폼엘로서 무척 고무적인 일인데요. 2021 PLAP 최우수 선정 작가로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기술의 발달이 주도하는 가장 폭력적인 형태의 극도의 세계화를 겪고 있는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고, 세계적인 모듈화 폭력에 저항하여, 일률적 통합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차이를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미지의 감각들을 모으는 것들이 예술가인 저에게 중요합니다. 리드미컬한 조각 작품을 만들어 이들로부터 발산되는 소리, 불협화음 등이 새로운 언어로 퍼포밍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민하였던 <아울러 Ourler>의 과정은 작업을 통해 만난 음악가분들, 그리고 <돌과 유리 하이킹 Change or Trans-hiking>을 통해 만난 안무가들과의 협업, 그리고 그밖에 진행된 저의 전시와 공연, 그리고 공공적 형태의 관객 참여 퍼포먼스 등 복합적인 프로젝트들 전반을 경유하는 연결지점의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업이었다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2021-2022년 플랫폼 엘에서 두 해간 진행한 저의 다원예술 프로젝트의 경험을 통해 저는 ‘퍼포먼스란 고정되지 않고 진화하고 살아서 움직이는 연속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은 개인의 창작을 심화 시킬 뿐 아니라, 교류와 협업을 통해 동시대 주요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창작세계로 풀어내는지 서로 논의하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구조의 다양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학적 활동으로서 의미를 갖게 한다 생각합니다. 저에게 퍼포먼스란 ‘앞으로 닥쳐올 새로운 세계의 낯선 상황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공존해 갈 수 있는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계속적으로 연구, 고민하게 하는, 가장 열린 형식의 창작과 표현 언어입니다. 그만큼 플랫폼엘에서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라이브 아츠 프로그램들의 중요성을 인지해 주시고, 향후 발표와 창작자들의 성장, 역량 강화, 기존 작품의 성장과 교류의 과정을 견인해 주시는 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변함없이 지속해주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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