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시리즈로 진행될 프로젝트의 첫 번째 버전인 “미쓰 박 프로젝트 #1”은 한국 근현대사 속의 여성들을 애니메이션 매체를 통해 소환한다.
애니메이션은 그 어원을 ‘숨’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아니마(anima)’, 또는 ‘아니마투스(animatus)’에서 찾는데, 이는 애니메이션이 생명이 없거나 떠났다고 생각되는 것에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죽음에서 삶으로 이행시키는 마법적 매체임을 뜻한다. “미쓰 박 프로젝트 #1”은 이렇게 생명 에너지를 주입하는 주술적 장치로서의 애니메이션 매체를 통해 빛바랜 사진 속 여성들을 현재의 시간으로 불러들인다.
작업은 아카이빙된 사진 이미지들을 콜라주(collage)하고 이를 다시 데콜라주(decollage)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오래된 사진 속 여성들의 모습을 손으로 잘라 콜라주한다. 이를 촬영한 후 그 위에 흰 물감을 쓸어내며 덮어 지우고 다시 촬영한다. 그리고 그 위에 다음 사진 이미지를 덧붙여가는 방식을 반복하며 켜켜이 쌓아올린다. 그 다음으로는 쌓아올린 콜라주 된 이미지를 뜯어내는 데콜라주의 단계를 실행한다. 뜯어내며 드러나는 이미지는 쌓아올린 순서와 달라지거나 해지고 파손된 우연한 형상으로 발견된다. 이렇게 촬영된 각 단계는 단일 프레임으로 추정하여 애니메이션화 시킨다. 여기에 삶과 죽음의 이분법적 구분이나 선형적 시간성은 사라진다. 최종 전시 단계에서는 이렇게 해체되고 재조합되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푸티지들을 다중 스크린을 통해 몽타주시킨다.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만지고 찢고 쓸고 벗겨내며 이루어진 “미쓰 박 프로젝트 #1”의 작업 과정은 수행적 제의에 가깝다. 이는 ‘딸’, ‘언니’, ‘누나’,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 굴곡진 시절을 살아왔던 나의 어머니, 그리고 하나의 의미로 기호화되지 않는 무수한 여성들의 삶에 대한 헌사이자 일종의 푸닥거리이다.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가 여러 결로 감싸질 전시장에 무의지적이고 불확정적인 감각 경험이 귀환하는 초(비)현실적 시공간이 형성되길 희망한다.